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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소식

진흙과 얼음 등으로 추적한 기후변화의 원리

seoulfric 2013. 8. 26. 13:51

신간 '얼음의 나이'

1974년 12월 1일 미국 디트로이트에서는 무려 49㎝의 눈이 내렸다. 그해 크리스마스 때 보스턴에서도 1871년 적설량 관측 이래 최대인 9㎝의 눈이 왔다.

이런 분위기 속에 이듬해 4월 28일 '뉴스위크'는 '식어가는 지구'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다양한 '과학적 증거'를 토대로 지구 한랭화를 시사했다. 그 전년도 6월 24일자 '타임'도 '또다시 빙하기?'라는 기사에서 비슷한 주장을 폈다.

실제로 1940년 중반부터 1970년대 중반까지는 기온이 하강국면이었다. 하지만 20세기 전체를 놓고 보면 지구는 조금씩 온난화가 진행되고 있었다.

1975년 미국 컬럼비아대 월레스 브뢰커는 '사이언스'지에 기고한 유명한 논문에서 지구 온난화를 경고했다. 실제로 그 후 30년 동안 지구의 평균기온은 꾸준히 상승했다.

과거 데이터를 어떻게 해석하고 기후 기본 구조에 대해 어떤 통찰력을 갖고 있느냐에 따라 정반대로 기후변화를 예측할 수 있다는 예다.

최근 국내 번역된 오코우치 나오히코 일본해양연구개발기구 생물지구화학연구소 프로그램 디렉터의 '얼음의 나이'는 기후변화의 원리와 본질을 흥미롭게 서술한 책이다.

앨 고어 미국 전 부통령이 쓴 '불편한 진실' 등 지구변화에 대한 책은 요즘 많이 쏟아진다. 하지만 과거의 기후 데이터를 어떻게 찾아내고 해석해야 하는지 이야기하는 책은 많지 않다.

기후변화와 관련한 결정적 증거가 부족하기 때문에 기후 변화를 정치적 어젠다나 산업체의 잇속 챙기기 음모로 보는 시각까지 존재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저자는 "과거의 기후에 대한 이해가 미래 예측의 초석이 된다"고 강조한다.

이 때문에 책은 몇 만 년 전 바닷물의 온도를 탐색하는 것을 시작으로 당시 이산화탄소 농도 등을 분석한 과정을 소개한다. 과학자들은 과거 기온과 수온을 측정하고, 진흙과 얼음을 단서로 삼아 육지와 바다의 구조와 식생을 관찰하면서 옛날 빙하기와 간빙기를 상세하게 복원한다.

그는 "이렇게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기후변화의 메커니즘을 구체적으로 밝혀내고, 축적된 과거 기후 데이터는 컴퓨터 모델을 검증하는 바탕이 되며, 미래 기후 예측의 디딤돌이 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사실 기후변화의 원리가 과학적으로 인정받은 것은 최근의 일이다.

밀란코비치 주기(지구의 자전, 공전, 세차운동 등이 지구의 기후 변화 패턴을 결정한다는 이론)의 흔적을 해저퇴적물에서 찾아낸 것은 불과 40년 전이며, 기후가 수십 년 만에도 바뀔 수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단스고르-외슈거 이벤트와 하인리히 이벤트를 찾아낸 것도 1980년 이후다.

책은 이같은 기후변화 연구의 최신 흐름과 근본 원리를 충실하게 담아냈다. 단순히 과학적 사실을 열거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통찰력과 실험을 토대로 끈질기게 기후변화의 원리를 추적해 가는 과학자들의 모습을 이야기 형식으로 재미있게 풀어냈다.

1만 년 전 해수면 상승과 4대 문명 탄생을 연결지어 설명한 대목도 눈길을 끈다. 마지막 빙하기 이후 해수면 상승이 일단락된 것이 약 7천 년 전 전인데 4대 문명이 번영을 누리기 시작한 시기와 겹친다는 주장이다.

그는 "그 이전에는 100년당 약 1m씩 해수면이 상승했다"며 "아무리 훌륭한 도시를 만들었더라도 100년 뒤에는 반드시 내륙으로 이사를 가야 했을 것이다. 그 이전에 문명이 발달하지 못한 데에는 이런 이유도 있지 않았을까"라고 설명한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2D&mid=shm&sid1=105&sid2=228&oid=001&aid=0006446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