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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소식

[속초 청초호] 바다가 된 호수, 청초호

seoulfric 2016. 9. 12. 09:03

[뷰레이크 타임 (25)] 석호 탐방 – 청초호

[속초 청초호] 바다가 된 호수, 청초호

 

세상 따라 변해야 살아 남을 수 있다고들 한다. 석호도 그래야 했다. 18개의 석호 중 가장 변한 건 청초호다. 석호라는 말이 어색할 정도다. 그 역할이 180도 바뀌어 버렸기 때문이다. 청초호는 어떻게 변화했는지, 왜 변해야 했는지, 현재는 어떠한 지를 돌아보았다.  

 

이번 여름 포켓몬 고의 핫 플레이스였던 청초호. - 고종환 제공
이번 여름 포켓몬 고의 핫 플레이스였던 청초호. - 고종환 제공

변할 수밖에 없었던 청초호


청초호를 보면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호수보다는 바다 같다. 그렇다. 청초호는 제1종 항만으로 지정된 속초항의 내항으로 이용되고 있다. 학계 등에서는 더 이상 석호로 인정하지 않는 경향을 띤다. 유역 면적 25.6km², 호소 면적 1.4km²임에도 해양화가 되었다는 이유로 중점관리대상 석호에서도 제외돼 있다.

 

속초시 한가운데에 넓게 펼쳐져 있는 청초호. - 고종환 제공
속초시 한가운데에 넓게 펼쳐져 있는 청초호. - 고종환 제공

석호인 청초호가 어쩌다 내항이 된 것일까. 먼저 조선시대로 거슬러 올라가 본다. 그때는 쌍성호로 불리었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 의하면 이곳에 수군 만호영을 설치해 병선을 정박했었다고 한다. 호수 어귀 쪽이 바다와 연해 있어서다. 선박들이 바깥 바다의 풍랑을 피할 수 있는 자연적인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그래서 풍랑이 일 때마다 어선의 대피 정박지로 유용했다고 한다.

 

높이 약 74m의 엑스포타워. 이곳에 오르면 청초호가 한눈에 들어온다. (지난 2월에 찍은 사진) - 고종환 제공
높이 약 74m의 엑스포타워. 이곳에 오르면 청초호가 한눈에 들어온다. (지난 2월에 찍은 사진) - 고종환 제공

호수 경치 또한 훌륭했다고 한다. 이중환의 택리지에는 양양 낙산사 대신 이곳을 관동 8경으로 기록했을 정도다. 하지만 그 본연의 아름다움은 오래가지 못했다. 청초호는 속초시 한가운데 넓게 펼쳐진 호수다. 이를 둘러싸고 시가지가 형성되었다. 그래서 늘 주목을 받았다. 개발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다. 큰 항구로 개발되기 시작한 건 일제강점기 때다. 바다와 이어진 하구를 넓혔다. 수로를 만들고 축대를 쌓았다. 속초항이 개발되면서 속초가 도시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석호로서의 본연의 모습은 잃어야 했다.

 

청초호의 면적 변화. 1990년대 호수의 약 3분의 1이 매립되면서 규모가 대폭 줄었다. - 원주지방환경청 제공
청초호의 면적 변화. 1990년대 호수의 약 3분의 1이 매립되면서 규모가 대폭 줄었다. - 원주지방환경청 제공

개발은 계속되었다. 1990년대 유원지를 만들고 강원국제관광엑스포를 유치하면서 부지 조성을 위해 청초호의 갯벌 지역을 매립했다. 이 때문에 호수의 약 3분의 1이 사라지고 말았다. 호수가 사라진 자리에 들어선 유원지는 현재까지도 사람들의 휴식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하지만 호수의 규모가 대폭 줄어든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해양화된 청초호엔 해양레저시설도 들어섰다. 2013년 요트를 정박할 수 있는 계류시설이 설치되었다. 하지만 얼마 전까지 운영 주체 문제, 예산 부족, 편의시설 미비 등으로 운영되지 않았다. 다시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청초호 요트 마리나 시설이 개발될 예정이라고 한다.

 

시민과 여행객의 휴식처가 되어주는 청초호 유원지(왼쪽), 2013년에 설치된 요트 계류시설(오른쪽. 지난 2월에 찍은 사진). - 고종환 제공
시민과 여행객의 휴식처가 되어주는 청초호 유원지(왼쪽), 2013년에 설치된 요트 계류시설(오른쪽. 지난 2월에 찍은 사진). - 고종환 제공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함없는 한 가지 


그동안 청초호는 여러 차례 개발이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었다. 이에 따라 생태 환경이 훼손되고 석호의 기능이 상실될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한 가지가 있다. 철새도래지라는 것이다. 여전히 철새들이 찾아온다. 물론 그 수는 많이 줄어들었지만 말이다. 새들만은 이곳이 석호라는 걸 기억해주고 있는 듯하다.

 

횃대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새들. - 고종환 제공
횃대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새들. - 고종환 제공

철새들이 계속 찾아오는 데에는 청초호의 남아있는 습지 부분에 모래톱과 갈대숲이 잘 형성돼 있어서다. 2000년엔 청초호 조류생태공원이 조성되기도 했다. 생물이 서식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여 자연 생태계를 복원하고, 이용자에게 자연을 관찰할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하는 취지에서 조성되었다. 인공식물섬, 횃대, 식생호안, 인공수로, 조류관찰소, 조류관찰대 등이 만들어졌다.

 

망원경 앞에 잡풀이 무성해 관찰이 어려웠다. 시설물도 노후화돼 있었다. 보수가 필요해 보인다. - 고종환 제공
망원경 앞에 잡풀이 무성해 관찰이 어려웠다. 시설물도 노후화돼 있었다. 보수가 필요해 보인다. - 고종환 제공

필자가 찾은 날에도 횃대에서 쉬고 있는 새들을 볼 수 있었다. 산책로를 걷다 보니 조류관찰소와 조류관찰대가 있었다. 하지만 망원경 앞으로 잡풀이 무성해 시야를 방해했다. 제대로 관찰하기는 힘들었다. 그래도 드문드문 나무 위에서 쉬는 새, 새집에 앉아 있는 새, 날아가는 새를 망원경 없이도 볼 수 있었다. 이들이 있어 청초호가 간신히 석호로서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게 아닐까 싶다. 

 

새들이 오래오래 이곳을 찾아와 편히 쉬어갔으면 좋겠다. - 고종환 제공
새들이 오래오래 이곳을 찾아와 편히 쉬어갔으면 좋겠다. - 고종환 제공

석호 일곱 번째 이야기, 속초 청초호 뷰레이크 타임을 마무리하며


청초호의 여름은 그 어느 해보다 뜨거웠다. 찜통 더위이기도 했지만, 그보다 포켓몬 고 열풍이 크게 한몫했다. 필자가 청초호를 탐방한 날에도 곳곳에서 게임 유저들을 볼 수 있었다. 포켓몬 고 핫 플레이스인 이곳이 소중히 지켜야 할 석호라는 것도 함께 기억해주면 좋겠다. 


청초호는 또 한 번 변화의 기로에 서 있다. 41층 레지던스 호텔이 들어설 예정이라고 한다. 이를 두고 공방이 뜨겁다. 청초호가 여러 차례 개발되면서도 변함없던 한 가지가 이번에는 위태로워 보인다. 우려스러운 점을 간과하지 않았으면 한다.

 

 

필자소개
고기은. KBS, MBC 방송구성작가, 소셜커머스 쿠팡 여행 에디터를 거쳐 현재는 여행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길을 잃고 뜻밖의 풍경, 인연을 만날 때 행복하고 감사하다.

고기은 여행 칼럼니스트 kiun1018@naver.com

출처 : 동아사이언스 http://www.dongascience.com/news/view/137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