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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소식

우리가 몰랐던 새로운 ‘별의 최후’

seoulfric 2011. 12. 6. 09:29

서울대·경희대 참여 국제연구팀 새로운 별 폭발 현상 발견
“별의 종착지로 알려진 중성자별도 감마선 폭발을 일으켜”


00GRB3이번에 관측된 감마선 폭발(GRB 101225A)의 상상도. 가운데에 넓게 퍼진 모습은 그림 윗쪽에서 침투한 중성자별에 의해 흐트러진 별의 대기이며, 한복판에는 헬륨으로 이뤄진 별의 중심핵과 중성자별의 충돌이 이뤄지면서 물질다발 제트가 퍼져나가는 모습이 보인다. 제트는 별 중심에서 바깥으로 퍼져나가다가 흐트러진 별의 대기를 만나 뜨거운 빛을 발산한다. 설명자료/ 연구팀, 그림 제작/ A. Simonnet, NASA/EPO, 소노마 주립대학교.



양 정도로 비교적 크지 않은 별이라면 점차 팽창하는 적색거성이 되었다가 차츰 식어 나중에는 작게 빛나는 백색왜성으로 최후를 맞이한다. 그러나 태양보다 훨씬 큰 별은 별의 긴 진화 과정에서 결국에는 초신성 폭발을 일으키고는 중성자별이나 블랙홀이 되어 일생을 마친다. 이때에 엄청난 빛을 내며 고에너지를 한꺼번에 분출하는 ‘감마선 폭발(GRB)’이 일어나곤 한다. 이렇게 큰 별이 초신성 폭발을 거치면 이제 중성자별이나 블랙홀이 되니, 이것이 큰 별의 종착점인 셈이다. 이제껏 관측된 감마선 폭발에서 큰 별들은 이런 최후의 운명을 보여주었다.


그런데 널리 알려진 이런 별의 일생과 달리, 이미 한번 폭발을 일으켜 일생을 마친 중성자별도 또 다른 거대 감마선 폭발을 일으킬 수 있다는 새로운 관측 증거를 국내 연구자들이 참여한 국제연구팀이 내놓았다. 임명신 서울대 교수와 박수종 경희대 교수 연구팀(6명, 초기우주천체연구단)이 참여한 국제연구팀(10개국, 34명)은 43억 광년 떨어진 곳에서 포착된 감마선 폭발(GRB 101225A)이 전례없이 30분 이상 지속되고 뒤이어 수만 도에서 수천 도로 식으면서 잔광을 방출했으며, 이는 중성자별이 이웃별과 합병하면서 생긴 거대 폭발 현상이었다는 결론을 제시했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또 다른 ‘별의 최후’ 장면이 있으며 새로운 방식의 거대 폭발이 우주에 존재함을 발견한 것이다. 논문은 과학저널 <네이처> 1일치에 실렸다.



43억 광년 날아온 ‘크리스마스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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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연구진이 시퀸 카메라를 이용하여 포착한 GRB 101225A의 모습. 사진 중앙에 있는 푸른색 점이 그것이다. 망원경은 미국 맥도날드 천문대 2.1m 망원경을 사용하였으며, 크리스마스 날 저녁식사 파티가 끝나자마자 급박하게 관측이 이루어졌다." 자료/연구팀 제공

발견은 지난해 12월25일, 크리스마스 날에 시작됐다. 미국항공우주국(NASA) 주도의 우주 관측 위성인 스위프트가 이날 43억 광년 떨어진 곳에서 일어난 감마선 폭발을 처음 관측해 곧바로 전자우편 등을 통해 세계 천문학자들한테 알렸다.


때마침 미국 텍사스의 맥도널드천문대에 머물고 있던 서울대와 경희대 소속 연구자 4명은 이런 소식을 듣고서 바로 이날 저녁 7시부터, 두 대학 연구팀이 개발해 이 천문대에 설치해둔 ‘시퀸(CQUEAN)’ 관측 카메라를 가동해 가시광선과 근적외선의 스펙트럼 영역에서 감마선 폭발 직후의 잔광 현상을 추적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확보된 관측 자료는 이번 감마선 폭발의 성격을 밝히는 데 요긴하게 사용됐다. 일종의 ‘수사 단서’다. 박수종 교수는 “감마선 폭발 직후에 나타나는 잔광은 밝기가 밝아질 수도 있고 어두워질 수도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어두어지기 때문에 될수록 빨리 관측하는 게 중요하다”며 이런 초기 잔광의 관측 자료가 이번 연구에서 많은 도움을 주었다고 말했다.


여러 나라 연구팀들은 감마선 폭발 이후에 이어지는 후속 잔광 현상들을 세계 곳곳의 망원경을 이용해 관측했으며, 각자 확보한 관측 데이터를 서로 공유하며 이번 폭발의 성격을 분석해 이번 10개국 34명 규모의 공동저자 논문이 나올 수 있었다.



오래, 뜨겁게…독특했던 거대 폭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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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명신 교수(왼쪽), 박수종 교수.

이번 감마선 폭발은 매우 유별난 것이었다. 임 교수는 “보통의 감마선 폭발은 수 초 내지 수백 초 정도의 짧은 동안만 지속되는데 이번 폭발은 30분 이상 지속됐다”며 “게다가 이전의 감마선 폭발들에서는 열을 지니지 않는 잔광이 나타났지만, 이번에는 처음엔 수만 도에서 시작해 수 천도까지 식어갈 때 나타나는 빛의 스펙트럼이 잔광 현상에서 나타났다”고 말했다.  오래 지속된 폭발, 그리고 엄청난 열에서 뿜어져 나온 잔광이라는, 두 가지의 독특한 현상은 곧바로 주목을 받으며 새로운 해석과 발견을 낳았다.


지금껏 알려진 감마선 폭발과 다른 새로운 현상은 왜 주목받을 만했을까? 그동안 감마선 폭발은 태양보다 수십 배 넘게 큰 별이 초신성 폭발을 일으킬 때 일어나거나 또는 밀도가 매우 높은 중성자별들끼리 충돌할 때 순간적으로 일어난다고 알려져 왔다. 그 에너지의 규모는 상상을 초월하는 정도인데, 흔히 ‘우주의 모든 별빛을 합한 만큼 매우 밝은 빛’을 낸다고 비유된다. 또한 이런 감마선 폭발 때에는 ‘상대론적 제트(광속에 가까운 속도로 퍼지는 물질 다발)’라는 물질이 분출되어 우주에 떠 있는 성간 물질과 상호 작용함으로써 빛(잔광)을 낸다. 폭발하는 별에서 분출된 하전입자의 성질 때문에 생기는 빛이라 열적 복사와는 다르다.


그러나 이번에 관측된 감마선 폭발에서는 매우 뜨거웠다가 서서히 식어가는 물체에서 나오는 복사열이 관측됐다. 연구팀은 “처음에는 수만 도였다가 그 뒤 10일 동안 점점 커지면서 식어가는 물체에서 나오는 열적 복사(흑체복사)가 관측됐다”고 전했다.



합병폭발로 일생 마친 ‘쌍성 별의 최후’


갖가지 분석과 해석을 거쳐, 연구팀은 이번 독특한 감마선 폭발의 과정에서 다음과 같은 결론을 얻어냈다. 즉, 거대한 별이 폭발하고나서 남은 중성자별이 쌍성 관계인 이웃별과 합병하면서 그 별의 중심에 있는 헬륨핵과 충돌해 거대한 폭발을 일으키고, 이 때 에너지가 발산하면서 수소로 이뤄진 이 별의 대기를 가열함으로써 엄청난 고열을 일으켜 독특한 잔광을 뿜어냈다는 것이다. 이는 지금껏 알려지지 않았던 새로운 우주 거대 폭발의 과정이었다. 폭발 이후에 두 별의 남은 천체는 블랙홀로 바뀌었을 것으로 연구팀은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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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개발 관측장비로 맥도널드천문대의 2.1m짜리 망원경에 설치된 시퀸 카메라(망원경 아래쪽에 달려 있다). 자료/ 연구팀 제공

이렇게 합병하면서 폭발한 중성자별과 이웃별은 통상의 초신성 폭발 때보다는 훨씬 어두운 초신성으로 나타났다. 임 교수와 박 교수는 “거대한 별이 초신성 폭발을 일으켜 중성자별이 된 뒤에 더이상 아무런 진화를 하지 않는다고 알고 있었는데, 이번 연구는 중성자별이 조건만 맞으면 다른 별과 병합을 하면서 또 다른 폭발을 일으키고 질량이 늘어나면 블랙홀로 변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동일한 관측 대상을 두고서 이와는 다른 해석을 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 실제로 이날 발행된 <네이처>에는 길게 지속되고 엄청난 고열의 잔광을 남긴 이번 감마선 폭발이 중성자별에 어떤 혜성이 충돌하면서 일어난 폭발 현상이라는 다른 연구팀의 연구논문이 나란히 실렸다. 박수종 교수는 “이번 연구는 해석의 단계에 해당하며, 해석을 하는 방법에는 논란도 있었다”며 “이탈리아의 다른 연구팀은 같은 현상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중성자별에 혜성이 떨어지면 나타나는 폭발 현상이라고 발표했는데, 우리 국제연구팀의 해석과 이탈리아 연구팀의 해석 중에 어떤 것이 더 맞는지는 앞으로 비슷한 현상을 더 많이 관측하면서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참조1: GRB 101225A 관측 동영상 자료


http://astro.snu.ac.kr/~mim/xmas/


1. 밝기와 온도가 시시각각 변하는 모습(CB_video_2011_1126.mov).
2. 밝기가 변하는 모습(GRX_OT_preliminary.mov)
3. 감마선 폭발의 생성 기작을 보여주는 동영상(미국항공우주국 제작, He-NS_starmerger.mov)
4. 종합 동영상(미항공우주국 제작, GRX_movie_small_2011_1125.mov)



■ 참조2: 감마선 폭발이란…


감마선 폭발의 에너지는 평범한 은하 방출 에너지의 1억~100억배

[이인덕 박사(대만 국립중앙대 천문연구소 연구원)의 설명]


“감마선 폭발은, 하루에 한 번 꼴로 우주 공간 임의의 위치에서 임의의 시간에 갑자기 감마선이 보이는 현상을 말합니다. 그리고 감마선이 사라진 뒤에 가시광선 영역의 빛이 갑자기 보이고 이 빛이 서서히 어두워지는데, 이를 잔광(afterglow)이라고 합니다. 지금까지 감마선 폭발 현상이 발견된 지역의 2차원 분포를 살펴보면, 특정 방향에 쏠려 있지 않고 등방(isotropic)하다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를 토대로 감마선 폭발 현상이 우리 은하 내부가 아니라, 우리 은하 외부에서 발생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실제로 감마선 폭발이 일어난 곳에 외부 은하가 발견된 적이 많습니다.


이처럼, 마침 폭발이 일어난 곳에 은하가 발견되어 그 거리를 알 수 있는 경우에, 관측된 밝기(안시 등급)를 통해 원래 밝기(절대 등급 또는 광도)를 알 수 있는데, 감마선 폭발로 인해 발생하는 에너지 크기가, 평범한 은하가 단위 시간에 방출하는 전체 에너지 크기의 1억~100억배 정도 됩니다.


이렇게 엄청난 에너지를 발생시키는 물리적인 과정을 어떻게 설명하느냐가 관련 천문학자(외부은하 관측 천문학자, 이론천체물리학자)들의 관심사입니다. 감마선 폭발 잔광을 열심히 관측하면, 파장에 따라 밝기가 어떻게 다른지, 시간에 따라 밝기가 어떻게 어두워지는지, 갑자기 어두워지는 속도가 달라지지는 않는지 등을 알 수 있고, 이를 통해 감마선 폭발을 발생시키는 천체의 구조에 대해 조금 더 알아낼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감마선이 보이는 지속 시간이 2초 이내인 것과 2초 이상인 두 가지 형태의 감마선 폭발로 나뉘는데, 2초 이내인 것은 작고 중력이 큰 천체(블랙홀이나 중성자별)끼리의 충돌, 2초 이상인 것은 무거운 별의 붕괴와 폭발이 유력한 시나리오이며, 각각 ‘짧은 감마선 폭발’과 ‘긴 감마선 폭발’로 불리웁니다. 하지만 가끔 이러한 시나리오로 설명되지 않는 형태의 감마선 폭발이 발생하기도 하며, 구체적인 물리적 기작은 여전히 연구 대상입니다.”



■ 참조3: 별의 일생


별은 죽어 가스로…가스는 다시 별로


“별들의 탄생과 성장·사멸의 과정은 이렇다. 별들은 우주공간에 흩어진 기체 원자·분자들(가스)이 응집해 태어난다. 가스들 사이에 우연히 ‘중력의 씨앗’이 생기면 이곳엔 더 많은 가스들을 모여들고 더 큰 중력을 만들면서, 오랜 시간을 거쳐 별들이 태어난다. 어린 별은 ‘수소핵융합’으로 에너지를 일으켜 빛을 방출한다. 하지만 너무 몸집이 커진 별들은 성장속도가 빨라지면서 폭발하는 초신성이 된다.


천문연구원 박장현 박사는 “폭발한 초신성의 잔해 가스는 우주공간의 다른 가스들과 모이고 섞이고 흩어지다가 다시 응집해 별 탄생의 밑거름이 된다”며 “결국 별은 가스와 중력 작용의 합작품”이라고 말했다. 생물의 생태계는 유전자, 세포, 개체들의 경쟁으로 어우러지지만, 우주 생태계는 중력에 의한 원소들의 합종연횡, 핵융합, 별·은하의 상호작용 등으로 다양성과 지속성을 거듭한다.…” [오철우, <한겨레> 2004년 6월23일치 22면에서, 아래 그림은 한겨레 자료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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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cienceon.hani.co.kr/archives/238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