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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소식

태평양은 세계 지각판의 ‘블랙홀’

seoulfric 2011. 4. 4. 10:34



[중앙일보 박방주]

유럽과 아시아·아프리카·북미 등 세계 대부분의 대륙이 말발굽 모양의 거대한 태평양으로 몰리고 있다.

 한국은 매년 3㎝씩, 일본은 0.7~0.8㎝, 호주는 6㎝, 북미 대륙은 2~3㎝씩 태평양 중앙을 향해 움직이고 있다. 일본은 여러 지각판이 서로 밀고 당기는 바람에 평소에는 많이 이동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번 동일본 대지진 때는 무려 2.4m나 태평양 쪽으로 움직였다. 아프리카 대륙은 유럽과 아시아 대륙을 밀고 있는 형국이다. 지각의 이동이 너무 느려 체감하기는 어려워도 지각은 치열하게 힘겨루기를 하며 서로 자리 다툼을 벌이고 있다. 이들 대륙은 왜 이렇게 움직이는 것일까. 과학자들은 또 그것을 어떻게 알아낼까.

 한국천문연구원 박필호(사진) 박사는 “지구를 사과에 비유하면 껍질에 해당하는 지각이 크게 10여 개로 나누어져 있는데 서로 부딪히면서 끊임없이 움직인다”고 말했다. 박 박사는 위성항법시스템(GPS)을 이용해 대륙의 이동을 연구하고 있다. 이번 동일본 대지진은 태평양판과 한국·일본이 올라가 있는 유라시아판, 그리고 북미판 등 3개 판이 부딪치며 일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지각판이 움직이는 것은 이를 떠받치고 있는 맨틀이 대류에 의해 이동하기 때문이다.

 이동거리만 따진다면 태평양판이 북서쪽으로 연간 7㎝씩 이동하고 있어 가장 많이 움직인다. 호주판(6~7㎝)과 중동 아라비아판(5㎝)이 그 뒤를 잇고 있다. 아프리카와 유럽, 인도 쪽 지각이 미는 아시아 지역 지각은 북쪽으로 올라가다 중국에서 회전하듯 돌아 태평양 중앙 쪽으로 향하고 있다.

 지각판의 움직임을 본격적으로 측정하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부터다. GPS가 가동되고 국제위성항법서비스(IGS)라는 국제기구가 창립된 게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지각판 이론은 60년대 나왔지만 당시에는 GPS가 없어 측정하기가 어려웠다. 별을 이용해 측정하는 방법이 있긴 했지만 기기 값과 운용 비용이 많이 들어 활발한 측정이 이뤄지지 않았다.

 GPS는 ㎜ 단위 이동까지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게 해준다. GPS용 위성 위치를 고정점으로 하고, 지구의 표면이 얼마나 이동하는지를 보는 방식이다. 옛날에는 별의 위치를 지상 지점을 파악할 때 중요 수단으로 이용했는데 이제는 인간이 만든 '별'인 위성을 그렇게 활용하는 것이다. 달이나 화성을 탐사하는 우주선도 특정 별을 기준으로 자신의 위치를 파악한다.

 지각판의 이동을 GPS로 측정하기 위해 전 세계에 400곳의 측정점이 있다. 이곳에서 매일 30초 단위로 측정된 데이터를 IGS가 분석해 그 변화를 공개한다.

 중국이나 러시아처럼 측정값을 공개하지 않는 국가도 있다. 국가 안보라는 이유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80여 곳의 측정점이 있지만 대전과 수원 두 지점의 측정값만 IGS에 보낸다. 한국천문연구원은 아시아 지역의 데이터센터 역할을 하고 있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http://news.naver.com/main/hotissue/read.nhn?mid=hot&sid1=105&gid=321636&cid=321641&iid=7402677&oid=025&aid=0002131026&ptype=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