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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소식

[STRONG KOREA] 울고싶은 출연硏…정부과제에 찌들고 사무관 한마디에도 '벌벌'

seoulfric 2011. 3. 28. 11:42

● 과학ㆍ기술 인재 10만명 키우자…갈길 잃은 정부출연연구소

인건비 더 따내기 위해 정부부처 돌며 과제 '구걸'

중장기 원천기술 연구 꿈도 못꿔

국과위 출범에서도 철저히 소외…"이젠 정부역할 기대 않는다"

미국에서 원자폭탄 연구 · 개발(맨해튼 프로젝트)을 기획한 것은 정치인이나 관료가 아니다. 바니버 부시,어니스트 로렌스 등 물리학자로 구성된 연구자들이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에게 먼저 제안해 관철시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서 '연구의 달인'을 자처하는 출연연구소 과학자들의 위상은 어떨까. 과학기술분야 정부출연연구소(이하 출연연)는 6 · 25전쟁 이후 폐허 속에서 일어선 우리나라 산업 및 과학기술 발전의 명실상부한 견인차였다. 그러나 지금의 출연연은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정책에서 소외받고 있다'는 소속 과학자들의 자괴감도 상당하다. 정부가 발주하는 외부 수탁과제(PBS)에 떠밀려 중장기 연구를 못하는가 하면, 젊은 연구자들의 출연연 기피 현상으로 인력 노령화가 심각해지고 있다. K출연연 J본부장은 "과학기술인의 자긍심에 상처를 주는 게 너무 많고 과학기술인을 옭아매는 '관치'가 골깊게 파고들어 있다"고 말했다.

◆수탁과제에 떠밀려 장기적 연구 못해

1996년 도입된 PBS는 인건비 일부를 정부 부처 등에서 따온 수탁과제에서 조달하는 제도다. 원래는 '과제 수주 실적이 많은 사람에게는 더 많은 보상을 준다'는 경쟁 원리에 따라 도입됐다. 그러나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났다. 최소한의 인건비조차 확보하지 못한 연구원들이 정부 부처를 돌며 과제를 '구걸'하다시피 해 가져온 뒤,해당 과제에 매몰되다 보니 정작 출연연 고유의 임무인 기초 · 원천기술 연구 · 개발에 쏟을 시간이 없어졌다는 지적이다.

E출연연 P연구원은 "시시콜콜한 수탁과제가 넘쳐난다"며 "인건비를 더 따기 위해 마구잡이로 수주해야만 하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S 출연연 P연구원은 "어떤 부처의 담당 사무관이나 주무관이 PBS에 따라 실적을 내라고 일방적으로 통보해 올 때면 서글픔을 느낀다"고 말했다.

수탁과제에 매몰되는 사이 출연연의 연구 역량은 지속적으로 떨어졌다. 중복 연구가 심해지는 것은 물론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의 연구 결과가 나온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정부는 뒤늦게 이 같은 부작용을 인식하고 개선책을 마련 중이다. 정부는 2008년 고정 지급되는 인건비를 31% 선까지 확대했으며 올해는 출연연별로 평균 70% 선에서 인건비를 안정적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이제 별로 바라는 것도 없다'

'만만한 게 과학기술계'라는 자괴감이 출연연 연구원 사이에 팽배한 것은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K출연연 O책임연구원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메스가 가해지다 보니 이미 몸과 마음이 만신창이가 됐다"며 "(출연연 구조 개편에 대해) 별로 기대도 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출범에서도 출연연은 철저히 소외됐다는 지적이 많다. 정부는 교과부 등 정부 부처 국장급 인사와 대학교수,출연연 관계자 등 10명 안팎으로 '출연연선진화추진단'을 구성해 올해 1~2월 출연연 소속 문제를 논의했지만 평행선을 달린 끝에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당초 출연연발전협의회(위원장 윤종용)가 지난해 만들어 청와대에 보고한 '국과위 상설화 안'은 원래 출연연 칸막이를 허물고 국과위로 소속을 일원화해 융 · 복합 연구를 촉진하기 위한 의도에서 출발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국과위 출범은 주객이 전도된 셈이다. 김도연 국과위원장은 "정작 중요한 출연연 소속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국과위가 출범하는 것은 아쉬운 대목"이라며 "국과위가 제대로 기능할 수 있게 각 부처의 협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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