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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소식

영화 ‘인셉션’처럼, 쥐에 인공 기억 이식

seoulfric 2015. 3. 11. 11:15

영화 ‘인셉션(2010)’에서는 대상의 행동이나 생각을 바꾸기 위해 꿈을 조작하는 장면이 나온다.

 

영화만큼 고차원적인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어떤 장소에서는 좋은 일이 생긴다’는 생각을 떠올리게 하는 것만으로도 실제 행동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카림 벤체넨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 뇌가소성연구단 박사는 수면 중인 쥐의 뇌세포를 조작해 특정 장소를 선호하게 만들면 잠에서 깨어난 뒤에도 그 장소를 선호한다는 연구결과를 ‘네이처 신경과학(Nature Neuroscience)’ 9일자에 발표했다.

 

우리가 장소를 인식하는 것은 뇌에 기억을 담당하는 부분인 해마에서 ‘장소세포(Place Cell)’가 각 장소마다 다르게 활성화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장소세포를 ‘몸안의 GPS’라고 부르기도 한다.

 

연구팀은 쥐가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공간 안에 원, 네모 그리고 별 모양의 방을 만들었다. 그리고 잠든 쥐의 뇌에서 원 모양의 방에 해당하는 장소세포가 활성화됐을 때 보상회로를 자극했다. 원 모양 방에 대해 호감을 갖도록 조작한 것이다.

 

연구진은 쥐 7마리 중 5마리에게만 보상자극을 줬다. 그 결과 보상자극을 받은 쥐에게서만 행동 변화가 나타났다. 잠들어 있는 동안 좋은 느낌을 받은 장소에서 더 오래 머무르는 경향을 보인 것이다.

 

또 연구팀은 실험 전 쥐가 이들 방을 찾아가는 시간을 측정해 수면 중 보상자극을 받은 뒤와 비교했다. 그 결과 보상자극을 받은 쥐는 머뭇거리거나 다른 곳을 가는 대신 곧바로 보상자극을 받은 방으로 찾아갔다.  

 

벤체넨 박사는 “쥐의 보상회로를 자극하는 것만으로도 쥐의 행동변화를 이끌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며 “이런 기억 조작이 인간에게도 적용가능한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권예슬 기자 yskwon@donga.com

 

출처: 동아사이언스 http://www.dongascience.com/news/view/63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