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외국학술지지원센터(FRIC)

서울대학교 외국학술지지원센터(FRIC)는 국내 모든 연구자에게 자연과학 분야 원문복사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과학 소식

[오피니언]불산(弗酸) 누출 사고와 화학물질 안전 대책

seoulfric 2012. 10. 10. 08:58

윤인섭/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지난 달 27일 경북 구미에서 인체에 유해한 화학물질 불산(弗酸·불화수소산)이 누출돼 인근 작업자·주민·소방대원 등 지금까지 병원 치료를 받은 사람은 1500명이 넘는다. 유해 화학물질은 장기간, 길게는 수년까지 인체 및 환경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번 사고는 가스 형태의 대기 누출로 인해 피해가 더 확산됐고, 피해의 2차 전파를 막지 못했다.

공장은 목적부터 인체에 위험한 화학물질을 다루는 것이었지만, 주위에 대비시설 및 인근 화학물질 사고 대비 시설은커녕 치료 병원조차 제대로 준비돼 있지 않은 상태로 공단 내에 들어섰다. 심지어 소방대원도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몰라 방호 도구를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무리하게 현장에 투입돼 물로 진압이 가능하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적으로 안전이 중요시되면서 사고 후 대비보다는 예방에 중점을 두고 있다. 하지만 화학 사고에 관해서는 아직 사고 후 대비가 초보적 수준이라는 사실이 이번 사고로 확실하게 증명됐다. 구미 외에 최근 청주, 울산에서도 크고작은 사고가 발생했다. 이처럼 인체에 유해한 화학물질을 사용하는 산업체는 6000곳 이상이며, 특히 반도체 산업에서 400종 이상의 가스가 사용된다. 이 중 300종 이상이 맹독성 가스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사고 발생 후 확신을 갖고 대처하는 사업장은 얼마 안 될 것이다.

한국은 30년 전과 비교해 취급하는 화학물질이 5만여 종으로 급격히 증가했지만, 이에 대한 안전관리의 수준은 아직도 개발도상국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미국의 경우에는 대통령 직속 기관으로 상원의 추천을 받아 화학안전위원회(CSB)를 두고 특별관리를 하고 있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역시 화학사고위원회를 두고 관리한다. 그러나 한국은 정부와 각 기업 간의 소통을 통한 안전관리가 부족하며, 각 기업들의 주관 아래 과학적 안전관리를 하고 정부가 지도 및 목적 지향적 형태로 관리하는 선진국형 체계 확립이 아직 요원하다.

이러한 사고의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우선 환경부와 유역 환경청 등 화학물질 관리기관에서 사업장의 크기, 인원 수 등에 관계없이 취급하는 화학물질의 종류·취급량·위험성 등을 파악해야 한다. 그리고 산업단지 관리 주체인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이를 확인하고 동시에 각 사업장에서는 사용 후 잔류물질의 확인 등 위험물의 입·출 장부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또한 이로 인한 사고 발생 시 대처법들의 구비를 법·제도로 확립해야 한다.

국립환경과학원과 서울대 화학공정신기술연구소에서 공동으로 연구한 자료를 보면, 지난 20년 간 검증된 국내 유해 화학물질 관련 사고 785건 중 82%가 운송·저장 중에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주의에 의한 사고가 대부분에 이를 만큼 안전을 사소하게 여기는 풍토가 만연하다. 특히 선진국처럼 하청 및 용역업체에서 발생하는 사고는 상위 해당 기업에서 책임지고, 상위 기업의 의무라는 인식의 공유가 사고를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산·정·민(産政民) 공동으로 유독 화학물질이 인체 및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중점을 두고 관리해 차후 최소 몇 년 동안 어떠한 영향이 있는지에 대한 관리도 지속돼야 한다. 일본의 경우 사고 후 15년이 지난 시점에도 인체 및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관리하고, 인권 보호 차원에서 이를 겪은 주민과 관련 근로자들의 사회적 적응, 공포심리 및 배반감 치유에 힘을 쏟고 있다.

사후 대책이 전시적이 아니라 더욱 복잡해질 화학물질 안전관리에 대한 교훈 및 안전성을 향상시킴으로써 전화위복(轉禍爲福)의 전기가 됐으면 한다. 아울러 안전불감증으로 인한 화학물질 사고가 반세기 전의 결핵과 같이 만국병이 되지 않길 바란다.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2100801033137191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