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로 읽는 과학-사이언스] 체내 혈액 생성 과정 새롭게 밝혀내
“생물학 교과서 백혈구, 적혈구 발생 계통도, 새로 써야”

영화 ‘아바타’나 ‘반지의 제왕’ 시리즈에 나오는 거대한 생명의 나무일까.
과학 저널 ‘사이언스’ 8일 자 표지에는 혈관의 발달과 관련된 연구성과 2편이 나란히 실렸다. 간속에서 정맥혈관이 어떻게 자라나고 왜 골수로 이동하는지, 우리 몸속 피가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는 지 밝혀낸 미국과 캐나다 연구진의 성과를 소개한다.
표지에 실린 나무의 정체는 발생한 지 얼마 안 된 쥐의 간 속에서 자라고 있는 혈관이다. 위쪽 가장 굵은 부분은 발생 12일째이며, 그 아래는 13일째, 그 왼쪽에는 발생한지 14.5일이 지난 혈관이다.
줄기세포는 이제 대중에게 익숙한 용어가 됐지만 우리 몸 어느 곳에서나 발견되는 흔한 세포는 아니다. 줄기세포는 해부학적으로 특정한 곳에서만 발견되며, 줄기세포 역시 그곳에 위치한 환경에 반응해 발달하고 작용하며 제 역할을 해낸다.
폴 프레네트 미국 아이칸 의대 교수팀은 발달 초기 간 속에서 성장하는 조혈모세포가 어떻게 제 위치를 찾아 골수 속으로 이동 할 수 있는지, 또 어떤 화학적·생리학적 도움을 받으며 그 개체 수가 늘어나는지 밝혀냈다.
연구진은 혈관에 적용하는 ‘네스틴 +NG2+’라는 혈관주위 세포가 간 내에서 조혈모세포에게 이상적인 환경을 제공해주며, 이 환경 속에서 그 수가 급격히 늘어나게 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밝혀냈다. 생후에는 이 환경이 변하면서 조혈모세포가 간을 떠나 골수에 머무르게 된다.
성인의 체내에서는 매일 3000억 개의 혈액 관련 세포가 만들어진다. 우리 몸에 존재하는 다양한 혈액 세포들은 단 한 종류인 조혈모세포로부터 유래한 것이다. 지금까지의 생물학 교과서는 조혈모세포로부터 우리 몸에 존재하는 백혈구, 적혈구, 혈장 등 다양한 세포들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담은 계통도를 통해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연구결과에 따르면 이런 계통도의 수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존 딕 캐나다 토론토대 연구팀은 우리 몸에서 혈액 세포들이 만들어지는 과정이 교과서에 있는 것처럼 고정된 것이 아니라 환경에 따라 변하며, 특히 성장 및 발달 과정에서 ‘2단계(2 tier)’로 구분된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세포 33종에서 체내에 있는 3000종의 혈액 관련 세포가 만들어지는 새로운 계통도를 그려냈다. 여기에는 성장 단계에 따른 변화 내용까지 포함시켰다.
딕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가 빈혈에서부터 백혈병에 이르는 다양한 혈액 관련 질환을 고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우상 기자 idol@donga.com
출처 : 동아사이언스 http://www.dongascience.com/news/view/96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