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헬륨, 수소 있지만 물은 없어”
슈퍼지구 대기 성분 최초로 직접 스캔
슈퍼지구는 질량이 지구보다 크고 해왕성보다는 작은 외계행성이다. 현재까지 우리은하에서 발견된 외계행성 중 대부분을 차지한다. 최근 외계행성의 비밀을 풀어 줄 슈퍼지구의 대기 성분에 관한 첫 관측 결과가 나왔다.
지오반나 티네티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교수팀은 새로운 분석 기법을 개발해 지구에서 40광년 떨어져 있는 슈퍼지구 ‘게자리 55 e’의 대기 구성 성분을 알아내는 데 성공했다고 ‘천체물리학저널(Astrophysical Journal)’ 16일자 온라인판에 발표했다. 슈퍼지구의 대기 성분을 직접 관측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04년 발견된 게자리 55 e는 태양과 비슷한 항성인 ‘게자리 55’를 중심으로 도는 슈퍼지구다. 부피는 지구의 2배, 질량은 지구의 8배에 이른다. 게자리 55 e는 비슷한 크기의 다른 외계행성과는 달리 18시간이면 중심별 주위를 한 바퀴 돌 정도로 중심별 가까이에서 공전한다. 표면 온도는 2000도가 넘는다.
연구팀은 미국항공우주국(NASA)과 유럽우주국(ESA)의 허블 우주망원경에 탑재된 와이드필드카메라3(WFC3)로 게자리 55 e를 가까이서 빠르게 스캔했다. 행성의 대기를 통과한 중심별 빛의 스펙트럼을 얻기 위해서다.
그리고 이렇게 얻은 데이터를 자체 개발한 소프트웨어인 ‘파이프라인(pipeline)’을 이용해 분석했다. 이 소프트웨어를 이용하면 행성이 중심별을 중심으로 이동할 때 중심별에서 나오는 빛의 세기가 파장 별로 어떻게 달라지는지 알아낼 수 있다.
행성에 대기층이 있으면 행성의 궤도 이동 효과에 의해 중심별에서 오는 빛의 신호가 대기를 통과하면서 아주 약간씩 달라진다. 연구팀은 대기의 구성 성분에 따라 궤도 이동 효과가 다르게 나타난다는 점을 이용했다. 이런 변화는 0.001%로 아주 작은 차이에 불과해 기존의 분석 기법으로는 관측할 수 없었다.
![게자리 55 e는 18시간이면 중심별 주위를 한 바퀴 돌 정도로 중심별 가까이에서 공전하고 표면 온도는 2000도가 넘는다. - ESA 제공](http://image.dongascience.com/Photo/2016/02/14556929311421.jpg)
분석 결과 게자리 55 e의 대기 중에는 수소와 헬륨 기체가 많이 분포해 있었지만 수증기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수소는 인체에 유해한 시안화수소(HCN)의 형태로 존재할 가능성이 높았다.
또 이 행성이 중심별의 앞에 위치할 때 모든 파장에서 빛의 세기가 전체적으로 1%가량 약해진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티네티 교수는 “이는 게자리 55 e가 물리적으로 모든 파장의 빛 진행을 막는 암석형 행성이라는 증거”라며 “가스형 행성일 경우에는 암석형 행성의 대기와 마찬가지로 파장에 따라 어떤 빛은 행성을 그대로 통과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논문의 제1 저자인 안젤로스 치아라스 UCL 박사과정 연구원은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행성 대기층의 지문(fingerprint)을 처음 얻었다”며 “이 같은 분석 기법은 생명체가 살 수 있는 대기 환경을 갖춘 외계행성을 찾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송경은 기자 kyungeun@donga.com
출처 : 동아사이언스 http://www.dongascience.com/news/view/103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