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식사 후 설거지를 위한 주방세제, 땀 냄새 방지를 위한 데오드란트까지.
소위 ‘청결 제품’에는 대부분 ‘트리클로산’이란 화학물질이 사용된다. 미생물 증식을 억제하는 ‘항균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최근 트리클로산을 놓고 과학계에서 갑론을박이 일고 있다. 간암을 유발한다는 지적이 나오는가 하면 체내로 흡수돼 장내 미생물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트리클로산은 약 40년 동안 활용된 항균제로 많은 종류의 세균을 없앨 수 있다.
트리클로산이 간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실험 결과도 있다. 로버트 튜기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 교수팀이 2014년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실험용 생쥐를 6개월 간 트리클로산에 노출시켰더니 종양에 걸릴 확률이 높아졌다.
하지만 실제로 인간에게는 큰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다. 튜기 교수는 “쥐의 6개월은 사람으로 치면 약 18년에 해당한다”며 “치약에 포함된 정도는 그대로 사용해도 괜찮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6월부터 트리클로산의 사용을 일부 제한했다. 0.3% 이하의 허용기준에선 위해성이 없겠지만 ‘계속해서 사용하면 위험할 수도 있다’고 본 것이다. 현재 트리클로산은 사람의 몸속으로 흡수될 수 있는 치약이나 세안제 등에서는 사용이 금지돼 있다.
트리클로산은 최근 다른 의미로도 논란이 일고 있다. 체내에 흡수돼 몸속의 미생물 생태계를 교란 시킨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블레이즈 볼즈 미국 미시건대 교수팀은 트리클로산을 사용하는 동안 사람의 혈청과 오줌, 모유 등에서 높은 농도의 트리클로산이 검출되며, 황색포도상구균 등 일부 세균의 증식을 오히려 돕는다는 사실을 알아내 학술지 ‘엠바이오’에 2014년 발표했다. 또 미국 콜로라도덴버대 연구진은 피라미를 이용해 실험했는데, 트리클로산이 제거된 후에도 피라미의 장내 미생물에 교란이 일어났다는 연구결과를 학술지 ‘마이크로바이옴’에 지난 해 5월 발표했다.
그러나 트리클로산이 안전하다는 연구결과도 많다. 지난 5월 미국 오레곤주립대 연구진은 실험용 물고기 ‘제브라피쉬’를 트리클로산이 섞인 물에서 7일간 키운 결과 4일 동안은 미생물 교란이 일어났지만 그 후로는 영향이 없었다는 연구 연구결과를 학술지 ‘플로스 원’에 발표했다.
미국 아리조나주립대 연구진은 지난 5월 학술지 ‘mSPHERE’에 인간을 대상으로 한 트리클로산 실험결과를 발표했다. 7명의 사람에게 트리클로산이 함유된 제품과 함유되지 않은 제품을 각각 4개월 간 사용하도록 했는데, 장내 미생물의 농도 변화는 없는 걸로 나타났다.
앨린슨 위 미국 시카고대 교수는 트리클로산이 학계의 관심을 끌자 이를 종합한 리뷰논문을 사이언스 7월 22일자 논문으로 발표하기도 했다. 위 교수는 “물고기는 트리클로산을 먹이로 섭취하지만 사람은 바로 씻어내기 때문에 영향이 없는 것”이라며 “특히 사람의 미생물은 트리클로산에 어느 정도 적응했기 때문에 큰 변화는 일어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보존제와 항생제 역할을 모두 할 수 있으면서 가격도 적당한 물질이 트리클로산이다”면서 “무조건 사용해서는 안 될 물질로 취급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권예슬 기자 ysk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