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소식

똑같은 ‘슈퍼 엘니뇨’라는데, 올해는 왜 더 추울까

seoulfric 2016. 1. 21. 09:17

지구온난화로 북극 해빙 녹아…“북극진동이 슈퍼 엘니뇨 무력화”

똑같은 ‘슈퍼 엘니뇨’라는데, 올해는 왜 더 추울까

 

flickr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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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겨울 들어 가장 혹독한 한파가 찾아왔다. 전국 곳곳에 한파주의보가 내려졌고 충북과 강원, 경기 북부 일부 지역엔 한파경보가 발효 중이다.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다. 강력한 한파가 미국과 유럽, 일본 등을 강타하면서 세계가 강추위에 시달리고 있다.

● ‘슈퍼 엘니뇨’지만 올 겨울은 더 추워
 
지난해 가을만 해도 올 겨울은 18년 만에 찾아온 ‘슈퍼 엘니뇨’의 영향으로 평년보다 따뜻할 것이라는 예상이 팽배했다.
 
슈퍼 엘니뇨는 동태평양 적도 부근의 해수면 온도가 평균보다 2도 이상 상승한 상태로 3개월 넘게 지속되는 현상을 뜻한다. 슈퍼 엘니뇨가 발생하면 남쪽에서 올라온 뜨거운 해류가 북서풍을 타고 올라가 시베리아에서 내려온 찬 공기를 따뜻하게 데우기 때문에 평년보다 따뜻한 겨울을 보내는 것이 일반적이다.
 
과거 슈퍼 엘니뇨가 한반도를 덮쳤던 1998년 겨울도 평년보다 따뜻했다. 1월 중순(11~20일)만 비교해도 서울의 평균 기온은 -0.5도로 평년(-2.4도)보다 2도가량 높았다. 평균 최저기온 역시 -3.6도로 평년(-5.9도)보다 2도 이상 높았다.
 
그러나 올해는 18년 전과 반대로 평년보다 훨씬 추운 날씨를 보이고 있다. 같은 기간 올해 서울의 평균 기온은 -3.9도로 평년보다 오히려 1.5도가량 낮다. 평균 최저기온은 -8.1도로 평년보다 2도 이상 낮다.
 
● 북극의 ‘극 소용돌이’가 약해졌기 때문
 
똑같은 슈퍼 엘니뇨인데 결과는 왜 정반대일까. 전문가들은 시베리아 기단보다도 더 차가운 북극의 냉기가 중위도까지 내려왔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북극의 찬 공기는 보통 북극을 중심으로 도는 강한 제트기류에 갇혀 고위도를 맴돌 뿐 한반도가 있는 중위도(북위 30~40도)까지 내려오지 않는다. 북극을 중심으로 도는 ‘극 소용돌이’가 북극의 찬 공기를 가두기 때문이다. 
 
하지만 극 소용돌이가 불특정한 주기로 강해졌다 약해졌다를 반복하는 ‘북극진동’이 변수다. 북극 상공의 제트기류가 약해질 경우에는 이를 따라 도는 극 소용돌이도 약해져 갇혀 있던 찬 공기가 중위도까지 내려온다.
 
지구온난화로 북극의 기온이 높아져 해빙이 줄어들면 북극 소용돌이가 약해지게 된다. 이때 극 소용돌이 속에 갇혀 있던 북극의 냉기가 중위도까지 내려온다. - 극지연구소 제공
지구온난화로 북극의 기온이 높아져 해빙이 줄어들면 북극 소용돌이가 약해지게 된다. 이때 극 소용돌이 속에 갇혀 있던 북극의 냉기가 중위도까지 내려온다. - 극지연구소 제공
 
북극진동의 원인에 대해선 여러 가지 학설이 있지만, 현재까지는 ‘북극과 적도 사이의 기온 차이가 클 때 제트기류가 강하게 분다’는 가설이 가장 유력하다. 반대로 북극이 상대적으로 따뜻해져서 북극과 적도의 기온차가 줄면 제트기류도 약해진다.
 
김백민 극지연구소 극지기후변화연구부 책임연구원팀은 지구온난화로 북극의 해빙이 많이 녹을수록 극 소용돌이가 약해지면서 새어 나온 냉기가 중위도에 한파를 불러온다는 연구 결과를 2014년 ‘네이처’의 자매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발표했다. 1979년부터 쌓아온 북극 해빙 관측 자료를 분석해 얻은 결과다.
 
지구온난화로 해빙이 다량 녹아버리면서 북극곰이 머물러 있을 곳을 찾지 못하고 위태롭게 남은 얼음에 매달려 있다. - flickr 제공
지구온난화로 해빙이 다량 녹아버리면서 북극곰이 머물러 있을 곳을 찾지 못하고 얼음에 위태롭게 매달려 있다. - flickr 제공
● 북극에서 내려온 찬 공기가 슈퍼 엘리뇨 이겨
 
실제로 북극은 지난해 9월 기준으로 역대 네 번째로 얼음이 많이 녹아 있을 정도로 따뜻한 상태다. 1월 현 시점을 기준으로 하면 역대 최고 수준이다.
 
김 연구원은 “9월을 기준으로 하는 이유는 얼음이 다시 얼어붙기 시작하는 시점이 9월이기 때문인데, 현재는 녹았던 해빙이 얼어붙는 속도가 매우 둔화된 상태”라며 “현재 북극의 일평균 기온은 평년보다 10~15도가량 높게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손석우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대기과학전공 교수는 “북극에서 내려오는 찬 공기가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슈퍼 엘니뇨의 영향이 상대적으로 크게 작용하기 어렵다”며 “최근 이상기후로 인해 기상변동 폭도 더욱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송경은 기자 kyungeun@donga.com

출처 : 동아사이언스 http://www.dongascience.com/news/view/98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