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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소식

이기적인 선수는 골을 넣어도 행복하지 않다?

seoulfric 2015. 7. 7. 17:49

[과학기자의 문화산책] 만족감에 대한 과학적인 고찰

이기적인 선수는 골을 넣어도 행복하지 않다?

| 입력 2015년 07월 05일 13:26 | 최종편집 2015년 07월 05일 18:00

 

 

리오넬 메시. - 동아사이언스DB 제공
리오넬 메시. - 동아사이언스DB 제공

 

남미 대륙을 축구 열기로 몰아넣었던 2015 코파 아메리카가 막을 내렸다. 5일 새벽(한국 시간) 열린 칠레와 아르헨티나의 결승전에서 승부차기 끝에 칠레가 4대 1로 승리하면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국제대회와 유독 인연이 없었던 아르헨티나의 축구 천재 리오넬 메시는 이번에도 우승컵 앞에서 고개를 떨궈야 했다.

 

축구 경기의 꽃은 ‘골’이다. 모든 선수가 골을 넣기 위해 몸부림친다. 이번 대회에서는 ‘신이라 불리는 사나이’ 메시조차 단 1골만 넣었을 정도로 넣으려는 자와 막으려는 자들의 경쟁이 치열했다.

 

독일 본대학 연구진. - 본대학 제공
연구를 진행한 독일 본대학 연구진. - 본대학 제공

이런 경쟁을 뚫고 골을 넣으면 얼마나 행복할까. 그런데 그 행복의 정도가 선수의 성격에 따라 다르다는 연구 결과나 나왔다.

 

베른트 웨버 독일 본대학 경제학및뇌신경과학센터 교수팀은 이기적인 성향이 강한 선수들은 골을 넣었을 때 느끼는 행복감이 그렇지 않은 선수들보다 낮다는 연구 결과를 미국 공공과학도서관학술지 ‘플로스원(PLOS ONE)’ 4월 15일자에 게재했다.

 

연구진은 우선 독일 축구선수 377명에게 골대 앞 상황을 보여 주는 사진 200장을 보여 주면서 각각 패스를 하는 것이 골을 넣기에 유리한지, 자신이 슛을 하는 것이 나은지 경험에 비춰 평가하도록 했다.

 

이를 토대로 각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내리는 것이 골과 연결되는지를 설정한 뒤 선수 33명의 눈에 고글을 씌워 상황을 보여주고 슛을 할지 패스를 할지 판단하도록 했다. 그런 뒤 선택에 따른 결과를 알려 주면서 선택과 결과에 따른 뇌 반응을 자기공명영상(MRI) 장치로 관찰했다.

 

실험 결과 문전 앞 상황에서 선수가 내리는 판단과 그 결과에 따르는 감정은 뇌의 배측선조체(ventral striatum)와 복내측 전전두 피질(ventromedial prefrontal cortex)과 관련이 있었다. 두 부위는 각각 성공 가능성을 계산하고 행동의 결과가 기대를 충족하는지 평가하는 역할을 하는 부위다. 뇌가 순간적으로 골을 넣을 수 있을지 없을지 계산해 행동을 결정하고, 그 결과가 기대에 미치는지 아닌지 곧바로 평가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선수가 자신이 넣은 골에 더 큰 만족감과 행복을 느낄까. 연구진의 예상과 달리 33명 가운데 성격검사에서 이기적인 성향이 강한 것으로 나타난 선수들은 골을 넣어도 보상을 느끼는 부위가 활성화되는 정도가 약했다. 연구진은 “이기적인 성향의 선수들의 뇌는 자신의 골에 놀라워하기보다는 당연한 결과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놀라운 점은 뇌에서 나타나는 이 같은 현상이 골문 앞에서뿐만 아니라 일상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난다는 점이다. 연구진은 동일한 선수들을 대상으로 일상생활에서 선택과 행동에 따르는 금전적인 보상에 대한 뇌의 반응을 살펴본 결과 같은 반응이 나타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욕심이 많고 기대치가 높을수록 쉽게 만족감을 느끼기 어렵다는 것이다.

 

메시가 이기적인 성격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수많은 트로피를 들어올린 그가 다른 선수들보다 더 높은 기대치를 갖고 있을 거라는 점은 미뤄 짐작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번 대회에서 그가 골보다 어시스트에 집중했던 것은 어쩌면 국가대표로서 최초의 국제대회 우승이라는 기쁨을 느끼기 위한 본능적인 행동은 아니었을까. 자신이 기대했던 것보다 좋은 결과가 아니면 만족할 수 없기 때문은 아니었는지 추측해본다.

 

어쩌면 많은 성공을 경험하고 많은 것을 소유하는 것이 행복의 절대 조건은 아니라는 누군가의 말이 맞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최영준 기자 jxabbey@donga.com

 

출처 : 동아사이언스 http://www.dongascience.com/news/view/74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