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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소식

종이 판다 아닌 야생 판다가 풀밭에 있다면?

seoulfric 2015. 7. 13. 15:09

[과학기자의 문화산책] 1600 판다+의 세계여행

종이 판다 아닌 야생 판다가 풀밭에 있다면?

| 입력 2015년 07월 12일 07:17 | 최종편집 2015년 07월 12일 18:00

 

롯데월드몰 근처에 종이 판다가 한 가득 전시됐다.  - 동아일보DB 제공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 근처에 종이 판다가 한 가득 전시됐다. - 동아일보DB 제공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 일대에 판다가 대거 출몰했다. 판다의 수는 무려 1800마리. 말 그대로 판다가 ‘널렸다’. 이들은 모두 수공예로 일일이 만든 종이 작품이다. 이달 4일부터 31일까지 이곳 석촌호수뿐 아니라 잠실 롯데월드몰 앞 잔디정원에서도 판다를 만날 수 있다.

 

전시 제목은 ‘1600 판다+의 세계여행 프로젝트’. 이 프로젝트는 2008년 세계자연기금(WWF)과 프랑스 조각가 폴로 그랑종의 협업으로 시작한 ‘1600 판다의 세계여행 프로젝트’의 후속이다. 프랑스 파리를 시작으로 8개국을 돌며 지금까지 약 100회의 전시를 열었고, 올해는 롯데백화점과 롯데월드몰이 국내에 9번째 전시를 열었다.  

 

실제 판다 1800마리가 풀밭에 앉아있어도 아마 비슷한 광경이 아닐까. 판다는 자는 시간을 제외하면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가만히 앉아 대나무를 먹는 데 쓴다. 5월 중국 판다번식연구소와 상하이 지아오통대 공동연구팀은 판다가 계속 먹기만 하는 이유가 판다의 장내 미생물에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판다는 대나무가 먹이인 만큼 초식동물의 장에서 많이 발견되는 장내미생물이 있어야 하지만 오히려 육식동물과 잡식동물처럼 대장균과 스트렙토코코스(Streptococcus)가 많았다는 것이다.

 

당시 연구를 진행한 지아오얀 팡 상하이지아오통대 교수는 “판다의 특이한 식단에 판다의 장내미생물이 적응하지 못한 것”이라며 “판다는 진화적 딜레마에 빠졌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과학원(CAS)은 ‘사이언스’ 10일자에 판다의 꿈쩍도 않는 생활 습관과 관련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원래 육식동물인 판다가 대나무를 먹고 살면서 에너지 소비를 줄였다는 것이다. 신체 활동을 거의 하지 않으면서 주요 장기의 크기도 줄인 것이다.
 
연구팀은 갑상선호르몬에도 초점을 맞춰 판다의 낮은 에너지 대사 원인을 설명했다. 갑상선호르몬은 대사를 조절하는 주요 호르몬인데, 판다는 이 호르몬을 합성하는 데 필요한 유전자인 ‘DUOX2’에 돌연변이가 생겼다. 팡 교수의 말처럼 판다는 진화적 딜레마에 빠진 것이 아닐 수 없다. 

 

다행히 이런 판다를 돕는 손길이 많다. 중국을 비롯한 세계 연구진의 노력으로 현재 야생 판다의 수는 증가하고 있다. 원래 ‘1600 판다의 세계여행 프로젝트’였던 제목이 ‘1600 판다+의 세계여행 프로젝트’로 바뀐 것도 세계에 남은 야생 판다 1600마리를 나타낸 것에 그동안 야생 판다 개체수가 증가해 1800마리를 넘어선 것을 기념해 플러스를 더한 것이다. 전시에서도 기존에 만들었던 성체 판다 1600마리에 새끼 판다 200마리를 만날 수 있다. 

 

 

신선미 기자 vamie@donga.com

출처 : 동아사이언스 http://www.dongascience.com/news/view/75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