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동아 12월호]
햄 기사의 진실
지난 10월 26일, 프랑스에 있는 IARC(국제암연구소)가 전한 소식이 세계를 뒤흔들었습니다. 바로 ‘매일 가공육을 50g씩 먹으면 대장암에 걸릴 확률이 18% 높아진다’는 내용입니다. 세계적인 보건 전문가가 모인 WHO(세계보건기구) 소속 기관의 발표라 파장이 더 큽니다.
● 암 걸릴 확률 18% 높아진다?
대장암에 걸릴 확률이 18% 높아진다는 게 얼마나 위험한 건지 당최 감이 안 온다는 분들 많으시지요. 이 수치는 어떻게 나온 걸까요?
먼저 대장암에 걸린 환자와 암에 걸리지 않은 사람을 구분하고, 평소에 가공육을 얼마나 먹었는지 조사합니다. 환자인지 아닌지 구분하지 않은 채 식습관을 조사하고, 충분한 시간이 지난 다음 암에 걸렸는지를 조사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암에 걸렸는지, 가공육을 매일 일정량 이상 먹었는지에 따라 사람들을 네 가지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매일 가공육을
50g씩 섭취 |
가공육을 거의
먹지 않음 | |
대장암에 걸림 |
A | B |
대장암에 걸리지 않음 |
C | D |
여기서 ‘가공육을 매일 평균 50g씩 먹었고 대장암에 걸린 사람 수(A)’를 ‘가공육을 거의 먹지 않았고 대장암에도 걸리지 않은 사람 수(D)’로 나눕니다. 이 값이 바로 가공육 섭취로 인해 대장암에 걸릴 ‘상대적 위험률’을 나타냅니다. 보고서에는 이 값이 1.18로 나왔습니다. 그래서 가공육이 암에 걸릴 확률을 18% 높인다는 기사가 나온 것이랍니다.

● 햄이 발암물질 1군이 된 이유는?
IARC는 가공육이 암 발병에 얼마나 영향을 끼치는지에 관한 통계 보고서 800건을 조사했습니다. 주제만 비슷할 뿐, 조사 대상과 시기, 장소가 제각각인 연구 결과를 종합적으로 분석했다는 뜻입니다.
일반적으로, 조사한 사람 수가 많고 데이터가 평균 근처에 분포하는 연구 결과일수록 표준 오차가 작고 더 믿을 만합니다. 보고서마다 제각각인 상대적 위험률에 표준오차의 역수인 가중치를 곱하고, 값을 모두 더해 평균을 구합니다. IARC도 보고서 800건을 이런 방법으로 검토해 1.18이라는 상대적 위험률을 얻었습니다.
지난 2011년,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 보건대 도리스 찬 교수도 9개 논문을 분석했고 상대적 위험률 1.18과 함께 (1.10~1.28)이라는 신뢰구간도 구했습니다. 만약 모든 사람의 대장암 발병률 변화를 구한다면 가공육 섭취로 인한 증가량이 아마 10%에서 28% 사이라는 뜻입니다.
신뢰구간의 폭이 좁으면 모든 사람의 상대적 위험률을 신뢰할 만한 수준으로 찾은 것입니다. 그리고 이 구간을 통해 가공육과 대장암이 정말 관련이 있는지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만약 상대적 위험률이 1이면 가공육을 기준보다 적게 먹은 사람과 많이 먹은 사람의 대장암 발병률이 똑같다는 뜻입니다. 신뢰구간이 1을 포함한다면 가공육과 대장암은 관계가 없는 것이지요.

● 1.18 곱해 대장암 환자 수 예측한다?
가공육을 가구당 하루 평균 50g씩 소비하는 마을에는 그렇지 않은 마을보다 대장암 환자가 1.18배 더 많이 생길까요? 또, 가공육을 먹을 때마다 내가 대장암에 걸릴 확률이 1.18배씩 높아진다고 계산해도 될까요?
수학 시험에 나올 법한 이 문제의 답은 모두 ‘아니다’입니다. 누구를 대상으로 상대적 위험률을 구했는지는 보고서마다 다릅니다. 조사 대상이 50세 이상일 수도 있고, 식습관이 우리나라와 전혀 다른 나라에서 이뤄진 연구일 수도 있지요. 그렇게 얻은 상대적 위험률을 무작정 곱하면 오해의 소지가 많습니다.
하지만 가공육이 직접적으로 암을 일으키는지는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가공육을 술안주로 즐겨 먹는 사람은 가공육이 아닌, 술 때문에 암에 걸렸을 수도 있습니다. 여러 요인을 빼고 가공육과 암의 관계를 밝힐 수 있는 연구가 필요합니다. 가공육을 건강하게 먹을 수 있게 돼 건강도, 입맛도 포기하지 않게 되길 바랍니다.
수학동아 고은영 기자 eunyoungko@donga.com
출처 : 동아사이언스 http://www.dongascience.com/news/view/88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