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검사 통한 일란성 쌍둥이 구분은 어떻게...
드라마 ‘애인있어요’ 도해강(김현주)과 독고용기의 유전자는 완전히 똑같나?
인기 드라마 ‘애인있어요’가 종영을 앞두고 있습니다. 일란성 쌍둥이와 기억상실, 온갖 삼각관계가 복잡하게 얽히면서 매화 사람을 기대하게 만들었지요. 이 도해강(김현주 역)이 저 도해강인지, 이 독고용기가 독고온기인지 계속 헷갈리게 만들었지요. 결국 최진언(지진희 역)은 독고용기가 자신의 전처 도해강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유전자 검사를 의뢰합니다. 여기서 잠깐, 일란성 쌍둥이는 유전자 검사 결과가 제대로 나올까요? 일란성 쌍둥이인 도해강(독고온기)와 독고용기는 구분이 될까요?

Q. 본인확인, 친자확인 등을 할 때 사용한다는 유전자 검사는 무엇일까요?
A. 정확히는 DNA 검사입니다. 유전자 검사는 보통 유전자의 이상유무를 확인해 유전병이 있는지 살펴보는 검사거든요. DNA는 유전정보를 담고 있는 물질입니다. 이 DNA는 약 30억 개의 염기쌍으로 이루어져 있고, 이 중 유전자를 이루는 염기쌍은 많아야 수만 쌍 정도입니다. 나머지는 아직은 알 수 없는 미지의 공간이지요.
유전자를 이루는 염기쌍은 함부로 변하지 않습니다. 돌연변이를 일으켜 유전자가 바뀌면 각종 유전병이 일어나니까요. 유전병 여부를 검사하는 것을 ‘유전자 검사’라고 하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입니다. 세포핵 안에서 이곳에 문제가 생기면 곧장 수리를 하는 등 최대한 돌연변이가 일어나지 않도록 관리합니다.
반면 친자확인이나 본인확인처럼 어떤 유전자를 다른 유전자와 비교해 사람을 대조하는 검사는 DNA 검사라 부릅니다. DNA 검사는 유전자가 없는 부분을 이용합니다. 이 부분은 유전자가 없기 때문에 비교적 돌연변이가 자유로운(?) 곳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곳에 돌연변이가 일어나면 후손에게 전달될 가능성이 높지요.
친자확인 DNA 검사는 바로 이 부분의 특징을 이용합니다. 이곳에 돌연변이가 일어날 경우, 돌연변이가 일어난 채로 후대에 전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버지에게서 아들에게로 말이지요. 시간이 지나고 세대를 거듭하면 또다시 변할 수 있습니다만, 짧은 세대 안에서는 충분히 확인이 가능합니다. ‘애인있어요’에서 최진언이 사용한 방법은 과거 자신의 아내가 사용했던 물건에서 추출한 아내의 DNA와 현재 기억을 잃은 도해강의 DNA를 비교해 동일 인물인지 확인한 것이지요. 같은 사람의 DNA이니 당연히 동일하다고 나왔을 겁니다.
Q. 혹시 독고용기(동생)와 독고온기(언니)도 구분할 수 있나요?
A. 안타깝게도 일란성 쌍둥이를 구분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최진언에게는 안타깝게도 최진언이 가져간 DNA가 도해강이 아닌 독고용기의 DNA였다고 해도 같은 결과가 나왔을 겁니다. 올해 9월, 프랑스에서는 미궁에 빠질 뻔했던 사건이 가까스로 해결된 사례가 나왔습니다. 경찰이 DNA 검사 끝에 용의자를 추렸는데, 하필 용의자 중 하나가 일란성 쌍둥이였던 겁니다.
일란성 쌍둥이는 하나의 수정란이 분열해 각각의 개체로 자라기 때문에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DNA가 똑같습니다. 게다가 사건의 용의자 형제는 서로 가까이 살면서 옷이나, 휴대폰, 소셜미디어 계정까지 함께 쓰는, 한 마디로 딱 붙어사는 쌍둥이였습니다. 주변의 증언으로 사건은 가까스로 해결됐습니다만 일란성 쌍둥이의 DNA가 그만큼 똑같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Q. 그럼 일란성 쌍둥이는 DNA가 완전히 똑같나요?
완벽하게 똑같은 것은 아닙니다. 최근 각광받고 있는 분야, ‘후성유전학’에 따르면 그렇지 않습니다. 유로핀스(EUROFINS, 유해물질 분석 시험 연구기관)의 과학자들이 쌍둥이 아빠와 삼촌, 그리고 아들 3명의 정자를 이용해 DNA를 분석했더니 아빠와 삼촌은 일란성 쌍둥이임에도 불구하고 DNA가 미세하게 다른 것을 발견했습니다. 즉, 하나의 수정란에서 시작했지만 분리된 뒤 한쪽 유전자에 변화가 생긴 것이지요. 과학자들은 태어나기 전 할머니의 뱃속 환경 때문에 삼촌의 유전자가 바뀌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경우는 아주 일부일 뿐입니다. 게다가 이렇게 작은 부분 만으로 DNA 검사 결과를 뒤집기가 어렵습니다. DNA 검사 결과를 잘 살펴보면 ‘친자일 확률 99% 입니다’라든가 ‘본인일 확률 99%입니다’와 같은 문구를 볼 수 있습니다. 이는 확인을 하고 싶은 DNA와 일치하는 지 알고 싶은 DNA를 비교한 결과입니다.
DNA 검사 과정 자체에서 손상이 일어날 수도 있고, 채취한 세포 샘플이 문제있는 샘플일 수도 있습니다. 일란성 쌍둥이가 엄마의 뱃속에서 겪은 환경 때문에 변한 유전자 정도로는 DNA 검사의 결과를 뒤집을 수 있을 정도로 다른 결과를 내지 못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프랑스에서 발생한 사건에서도 DNA로는 용의자를 정확히 구분하지 못했던 것이지요. 아마도 검사 결과는 ‘사건 현장에서 발견한 DNA와 비교했을 때 용의자 A는 99.93% 일치, 용의자 B는 99.92% 일치’처럼 도저히 누가 범인인지 판단할 수 없게 나왔을 겁니다.
오가희 기자 solea@donga.com
출처 : 동아사이언스 http://www.dongascience.com/news/view/91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