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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소식

고기압이 상층에 있는 미세먼지를 지표근처까지 끌어내려

seoulfric 2016. 5. 2. 10:00

고기압이 상층에 있는 미세먼지를 지표근처까지 끌어내려

날씨 맑은데 미세먼지 주의보, 왜?

 

지난 주말 어떻게 보내셨나요? 모처럼 미세먼지 없는 맑은 하늘이라 생각해서 봄나들이를 생각하셨던 분도 있을 것 같습니다. 기자의 동생도 아마 그런 생각이었나 봅니다. (효과는 크게 없을 지언정 기분만이라도 미세 먼지를 덜 마시기 위해) 마스크를 쓰고나간 기자에게 날씨가 이렇게 좋은 데 뭣하러 마스크를 쓰고 나왔냐고 타박했습니다. 그리고 그날 밤.

 

 

 

가시거리가 좋다고 미세먼지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 오가희 기자 solea@donga.com 제공
가시거리가 좋다고 미세먼지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 오가희 기자 solea@donga.com 제공

 

네, 날씨가 맑아서 미세먼지가 많이 없는 줄 알고 착각했던 겁니다. 그리고 이런 생각을 한 사람은 비단 제 동생만은 아닐 겁니다. 직관적으로 4월 한 달동안 하늘을 뿌옇게 덮었던 미세먼지가 눈에 안 보인다면, 당연히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과연, 정말로 그럴까요?

 

∴ 세줄 요약
① 미세 먼지는 입자 크기가 10μm 이하의,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 먼지를 말합니다.
② 맑은 날씨를 가져다 주는 고기압은 상층에 있는 공기를 지표 근처로 끌어내리는 하강 기류가 생깁니다.
③ 고기압이 지나갈 때 하늘은 맑아도 하강 기류 때문에 상층에 있는 미세먼지까지 지표에 머무를 수 있습니다.

 

날씨가 맑았던 24일 미세먼지 예보를 살펴보면 전국적으로 ‘나쁨~매우 나쁨’에 해당하는 농도였습니다. 미세먼지 수치는 1m3당 미세먼지 질량으로 판단하는데, 0~30μg일 때 좋음, 31~80μg일 때 보통, 81~120μg 약간 나쁨, 121~200μg 나쁨, 201 이상일 때 매우 나쁨으로 예보합니다. 나쁨 이상 일 때 외출을 삼가도록 권장하며, 평균농도가 150μg/m3이 2시간 이상 지속될 때는 주의보가 내려집니다. 실제로 24일은 미세먼지 농도가 워낙에 높아 정오쯤 돼서야 미세먼지 주의보가 해제되기도 했습니다.

 

서울의 미세먼지 - 포커스뉴스 제공
서울의 미세먼지 - 포커스뉴스 제공

 

헌데 이렇게 미세먼지가 심각한 날, 날씨는 왜 그리도 맑았던 걸까요?

 

미세먼지를 이야기하기 전에 날씨에 대한 아주 간단한 이야기를 해봅시다. 날씨는 공기의 압력, 즉 기압의 영향을 받습니다. 고기압은 공기 분자와 운동이 많은 공기 덩어리이며, 저기압은 상대적으로 분자와 운동이 적습니다. 평형을 이루기를 좋아하는 자연은 자연스레 고기압에서 저기압으로 공기를 보내게 되지요. 이 때 생기는 공기의 흐름이 바람입니다.

 

이야기가 살짝 곁가지로 빠졌는데, 저기압의 중심은 사방에서 공기가 모여들게 됩니다. 땅은 단단하게 막혀있으니 모여든 공기는 위로 떠오르게 되지요. 파도가 바위에 부딪혔을 때 위로 솟아오르는 것을 생각하면 됩니다. 이 때 솟아오르는 공기 중에는 수증기가 들어있습니다. 수증기가 높이 올라가면? 주변의 온도가 낮아지면서(기압도 낮아집니다) 구름으로 변합니다. 이 때문에 저기압이 지나갈 때면 날씨가 흐린겁니다.

 

저기압과 반대로, 고기압일 때는 날씨가 맑습니다. 고기압은 주변의 저기압으로 공기를 보냅니다. 기존에 있던 공기가 사라지면 그 빈 자리를 상층에 있던 공기가 내려와 채우게 됩니다. 상층 공기와 함께 있던 수증기(구름)도 함께 내려오고요. 상층에서는 온도와 기압 조건 때문에 구름이 됐던 물 분자가 지표 가까이 오게 되면 수증기가 돼 눈에 보이지 않게 됩니다. 그래서 고기압이 지나갈 때는 날씨가 맑은 거지요.

 

이 공기의 흐름에 그대로 미세 먼지를 대입하면 맑은 날 왜 미세먼지가 많았는지 이해할 수 있습니다. 미세먼지는 지름이 10μm보다 작은 먼지를 말합니다. 머리카락 굵기의 1/10 정도지요. 참고로 미세먼지보다 작은 초미세먼지는 2.5μm입니다. 이렇게 작은 입자는 알갱이 하나하나는 눈으로 잘 보이지 않습니다. 중력을 거스르고 공기 중에 떠있을 수 있을 정도니까요. 다만 미세먼지에 섞여있는 특정 입자가 햇빛을 반사해 뿌옇게 보일 수 있습니다. 특히 저기압일 때 미세먼지가 발생할 경우 공기의 흐름에 따라 미세먼지도 상층에 올라갑니다. 지표에 가까이 있는 사람의 눈으로 하늘을 보면 저 멀리 높이 떠있는 미세 먼지가 뿌옇게 보이는 거지요.

 

고기압은 반대입니다. 고기압의 하강기류는 상층의 미세먼지를 지표가까이로 끌어내립니다. 상층에 있던 미세 먼지가 지표 근처로 내려오니 하늘은 맑고 푸르게 보입니다. 하지만 공기와 함께 끌려내려온 미세 먼지는 우리 주변에 아주 가까이에 퍼져 있게 되지요. 즉 날씨가 맑다고 미세먼지가 없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주변에 더 많을 수도 있는 겁니다.

 

4월 한 달 동안 미세 먼지가 없이 맑은 날은 일주일이 채 안된다고 합니다. 4월 내내 하루종일 미세먼지를 들이마시며 살고 있었던 셈입니다. 다행히 내일부터는 기압이 이동하면서 ‘보통’상태로 돌아갈 것이라고 하네요.

오가희 기자 solea@donga.com

출처 : 동아사이언스 http://www.dongascience.com/news/view/117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