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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소식

‘이공계 청춘공감’ 아시아 젊은연구자 5인 만나다

seoulfric 2011. 8. 16. 14:08

한국, 중국, 일본, 대만, 싱가포르 연구자 인터뷰


젊은 자치 학회엔 무엇이 있습니까?

이공계 교육·연구 환경 어떻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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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생명공학도들과 기성 연구자들이 학회 점심시간에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아시아 차세대 생명공학 및 시스템 바이오 연구자 컨퍼런스(이하 야르콥, AYRCOB)’의 열쇠말은 ‘젊은’과 ‘아시아’이다. 25~30세의 젊은 연구원들이 주축을 이루고 이들은 모두 아시아권 사람들이다. 야르콥에서 이들은 생물정보학, 시스템생명공학 같은 생명공학(BT)과 정보기술(IT) 융합 분야의 연구 성과를 공유하며 국제 협력을 도모한다고 한다.


왜 젊은 아시아 연구원들이 모여 생물정보학(Bioinformatics)을 이야기하는 걸까? 구성원들이 젊다는 것과 아시아인만 모였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생물정보학이라는, 아직은 많은 사람들한테 생소한 분야를 그들은 왜 중요하게 여기는가? 한국, 중국, 일본, 대만, 싱가포르의 연구자들을 만나 그들이 생각하는 야르콥은 무엇인지, 야르콥에서 무엇을 얻어가는지 물어보았다. 이에 덧붙여 아시아의 이공계와 생명공학이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그들의 생각을 들어보았다.


연구자들은 아시아가 차세대 생명공학을 이끌어 나갈 역량을 지니고 있으며, 그 힘을 모으기 위해서는 열정 있는 과학자들이 활발하게 교류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모든 사람이 강조한 단어는, ‘공유’였다. 다음은 인터뷰 요약이다 [통역 박재인, 사진 미디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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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계 빠른 변화에 젊은이들 나서야”


아시다 히로키/ Hiroki Ashida, 일본 도쿄대학교 컴퓨터생물학 박사과정 3년차




젊은 연구자들의 학회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야르콥은 이름 그대로 젊은 아시아 연구원들이 모여 있는 곳입니다. 우리 사이에서는 다음 세대의 생명공학을 아시아가 이끌어나가야 한다는 암묵적인 동의가 있고, 그러기 위해 젊은 연구자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다들 생각하고 있습니다. 학계가 빠르게 변하고 있고 하루에도 수십 번씩 새로운 자료들이 오가는데, 다 그렇지는 않습니다만 나이 많은 교수들은 오래된 교과서의 내용만 얘기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빠른 변화에 적응하려면 젊은이들이 나서서 이끌어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시아는 점점 커지고 있고, 생명공학이 아시아에서 많이 발전하고 있는 중입니다. 아직 미국이 생명공학을 주도하고 있지만, 야르콥 같은 학회를 통해 역량을 모으면 아시아가 세계의 생명공학을 이끌어나갈 힘을 기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다양한 사람들과의 교류를 통해 얻은 것이 있다면?


“국적이 다른 사람들과 소통할 때 무엇이 필요한지 많이 배웠습니다. 그리고 학회 조직위원을 구성하거나 야르콥을 광고하고 홍보하는 전략까지도 짜야 되는 것이 어렵기도 했습니다. 이것은 과학과는 아주 다른 분야이기 때문입니다. 실험실에서는 논문을 쓰고 실험하는 법을 배우지만 조직을 이끄는 법은 배울 수 없기 때문에, 그런 점을 여기서 많이 배웁니다.”


일본의 이공계는 어떤 상황에 놓여 있나요?


“<네이처>에서 특정 나라에서 연구원으로 살면 얼마나 행복할까 하는 주제로 조사를 한 적 있습니다. 미국은 보수 수준도 높고 쉬는 날도 다 쉴 수 있고 굉장히 행복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일본에서는 그렇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실제로 일본의 대학들에는 박사과정을 하는 사람이 많지 않아서 교수가 될 사람이 없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 더 많은 예산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후쿠시마 대진과 원전사고 사태로 인해 생긴 연구환경의 변화는 없는가?


직접 느끼는 변화로는 전기 사용이 제한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생물정보학 연구에 필요한 대학 컴퓨터 서버가 꺼지기도 했다. 생물정보학은 컴퓨터를 많이 사용하는 연구 분야이어서 전기 사용 제한이 내가 느낄 수 있는 가장 큰 피해이다. 요즘에는 날씨예보처럼 전기예보가 시행된다. 내일은 어느 지역에서 언제 전기 사용이 제한된다는 것을 알리는 것인데, 이런 전기예보를 꼼꼼하게 챙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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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진 것들 공유해야 더 큰 발전”

 

스테파누스 대니얼 한도코/ Stephanus Daniel Handoko 싱가포르 난양대학교 컴퓨터공학 박사과정




야르콥은 어떤 점에서 특별한가요?


“야르콥이 특별한 점은 아직 학생인 친구들이 학회를 구성한다는 것입니다. 내가 가봤던 어떤 학회와도 다릅니다. 연구원을 생각하면 보통 40대를 떠올리게 마련인데, 야르콥은 40대 이전의 젊은 학생인데도 전문적인 연구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회의에서는 주축이 되는 분들이 나이가 많고 잘 알려진 유명한 교수 아니면 종신 교수들인데, 여기에서는 주요 멤버들이 보통 25살에서 30살을 넘지 않습니다.”


컴퓨터 공학을 전공하시는데, 생물학에는 어떻게 기여하고 계시는지?


“컴퓨터 공학에서는 시뮬레이션 같은 것들이 가능합니다. 생명과학에서 실제로 실험하지 못했던 것들을 컴퓨터 공학을 통해 먼저 한 번 실험을 해볼 수 있지요. 그렇기 때문에 중요합니다.”


왜 연구원들 사이의 공유가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아시아는 문화의 특성 때문인지 좀 닫혀 있는 경향이 있어서, 연구자들이 보통 무슨 연구를 하는지 나누지 않고 자신만의 연구를 합니다. 그런데 유럽이나 북미에서는 연구 분야에 대해 서로 잘 알리고, 아직 완성 단계가 아니라 개발 중인 단계임에도 불구하고 모든 걸 오픈해서 이야기해 나가는 과정에서 서로가 많이 배운다고 합니다. 그런 점에서 공유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학회를 통해서 다른 나라 연구자와 협력한 예가 있나요?


“서로 어떤 연구를 하고 있는지 나누는 자리이므로, 흥미가 맞는다면 협력을 할 수도 있습니다. 아직 공동 프로젝트를 한 예는 없지만, 여기서 만나 이야기해서 쓰여 지고 있는 논문이 있습니다. 학회 중에 “내가 이런 연구를 하는데 협조할 사람이 있으면 같이 합시다”라고 말할 수 있는 기회가 있기도 합니다. 법에 의해서 서류작성부터 하는 그런 협력보다는, 진짜 가지고 있는 것을 그 자리에서 나누는 협력이 야르콥에서 진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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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또래 연구자들 보며 영감 얻어”


린 슈희 / Shu-Hsi Lin, 대만 국립칭화대학교 생물정보학 박사과정 6년차




‘젊은’ ‘아시아’ 연구원들이 자치 학회를 열기 때문에 좋은 점은?


“학회를 이끄는 젊은 층이 나이가 비슷해 통할 수 있고 쉽게 친구가 될 수 있습니다. 다른 보통 학회에서는 교수들이 많기 때문에 친구 되기가 쉽지 않지요. 그리고 아시아 국가에서만 열려 서로 영어 실력이 비슷비슷하다보니까, 영어 구사 능력 외에 진짜로 우리가 집중해야 할 부분에 더 잘 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영미권도 포함하는 회의였다면 영어권 학생들이 영어를 더 잘 할테니까 비영어권 학생들은 수줍어하거나 움츠러들었을 텐데요.”


교류를 통해 어떠한 것들을 배웠나요?


“연구 활동 자체에서도 많이 배우지만, 그밖에 연구 환경이나 생활 부분에서도 새로운 것을 많이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대만에서는 내 분야에서 우수한 성과를 내고 있는 사람이 몇 안 돼 다 만날 수 있지만, 야르콥 같은 국제행사에 참여하면 이 분야에 훌륭한 사람이 생각보다 더 많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거기에서 영감을 받아 더 열심히 하게 되고. 또 야르콥은 다양한 국적과 문화를 가진 사람들이 만들어가기에 여기에서 협동이나 팀워크도 많이 배웠습니다.”


대만에는 이공계에서 어떤 게 사회적 이슈가 되나요?


“야르콥을 통해 다른 나라 연구원들과 얘기해보면, 예산 규모가 가장 많이 다른 것 같습니다. 한국, 일본, 싱가포르에서는 연구 예산이 비교적 많은데, 대만에서는 이제 연구 자금 지원을 늘리기 시작했지만 다른 나라에 비해 여전히 규모가 작은 편입니다. 아직 바이오산업이라고 불릴 만한 게 없는 상황입니다. 또 한국, 일본은 한 연구기관 안에서도 소통이 활발한 반면에 대만은 좀 덜하다고 느꼈습니다. 일본은 일본 내에서도 학회가 많이 열려 굳이 외국에 나갈 필요가 없고, 한국에서도 유명 명사를 초청하는 학회가 많아 한국에만 있어도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대만에서는 야르콥 같은 것을 활용해 다양한 나라 사람들이 모여 의사소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소통에는 학회에 참석할 뿐 아니라 학회 사람들을 마주하며 연구에 대한 진정성을 보여줄 수 있는 것 또한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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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연구자의 창의성 정신을 지지”

 

리 잉뤼 / Li Yingrui, 중국 베이징게놈연구소(BGI) 과학기술담당자




베이징게놈연구소는 세계 규모의 게놈 센터라고 들었습니다. 어떤 곳인가요?


“12년 전 인간게놈프로젝트를 하면서 중국에는 BGI의 전신이었던 연구기관이 생겼습니다. 그것이 많은 변화를 거쳐 비정부기구(NGO)와 비슷한 형태인 지금의 BGI가 되었습니다. 연구도 하고 여러 단체에 자금을 대주는 등 여러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게놈 연구뿐 아니라 다른 생명공학 부분에도 진출하고 있습니다. 여기가 세계에서 가장 큰 연구센터 중 하나라 확신합니다. 우리가 하는 생물정보학도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일 것입니다. 장비들이 자료를 만들어 내면 그걸 분석하는 게 생물정보학인데, 우리가 정보 분석에서 뛰어나다고 봅니다. 슈퍼컴퓨팅에서도 인정받고 있어 얼마 전에 상도 탔습니다.”


베이징게놈연구소가 젊은 연구자들의 학회를 후원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BGI는 야르콥과 기본 이념이 같다고 생각합니다. 야르콥은 젊은 연구진들로 이루어져 있고, 우리는 젊은이들에게서 창의성이 나올 수 있다고 믿습니다. 야르콥의 젊은 정신과 BGI가 추구하는 젊은 창의성이 잘 맞물려 후원기관이 되기로 결정했습니다. 다른 회의나 행사에는 후원을 전혀 안 하는데 이번이 예외적인 경우입니다. 보통 후원을 하면 자금을 대주는 대가로 다른 것을 얻어가고 그러는 게 관례인데, 이번에는 뭘 얻고자 하는 게 아니라 그런 젊은 정신을 지지해주기 위해 아무 조건도 걸지 않고 지원해주었습니다.”


중국에서 이공계의 상황은 어떠한가요?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지만 똑똑한 사람들이 금융으로 갑니다. 돈을 많이 버니까요. 중국에서는 금융에서 일하면 소득이 거의 2배이기 때문에 그쪽을 선호하는 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연구 분야도 어느 정도 활발한 편입니다. 정부도 과학 발전을 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중국 정부는 순수과학은 중요시하지 않고 응용과학만을 중시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항상 연구할 때 사회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 묻습니다. 연구에 따라 사회에 지금 당장 도움이 되지 않지만 우주 탐사처럼 멀리 봤을 때에는 도움이 되는 것들이 있는데, 정부는 지금 당장의 성과를 낼 수 있는지를 중요시합니다. 정부가 4, 5년 주기로 교체되기 때문에 한 정권이 끝나기 전에 결과를 보고 싶어 해서 그런 것 같습니다. 이런 것들이 이공계 발전을 저해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하버드나 스탠포드대학처럼 순수과학을 위한 큰 규모의 연구소는 중국에 없습니다. 대신에 응용과학이 발달해 그것에서 파생된 큰 회사들은 있습니다. 이것이 중국이 순수보다 응용을 중시한다는 걸 보여주는 예이기도 합니다.”


생물정보학은 아직 대중에게 낯선 분야인데, BGI가 생물정보학에 주목하는 이유는?

“수많은 정보를 만드는 건 이제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그걸 가공하고 해석하고 분석하는 게 중요하고, 그런 것을 하는 분야가 생물정보학이라고 봅니다. 현재 컴퓨터공학은 생명공학 기술의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생명공학 기술이 컴퓨터공학보다 더 빠르게 발전하는 이유는, 컴퓨터는 자체적으로 변하지 않지만 생명이 있는 건 계속 변화하며 정보를 양산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BGI는 생물정보학에 주목하고 있고, 경쟁력도 갖추고 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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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변하는 과학연구에 지식정보 공유 절실”


양성우/ 한국과학기술연합대학원 박사과정 5년차(한국생명공학연구원)




학회 대표로서, 야르콥은 어떤 곳인지 소개해주신다면?


“아시아의 신무기? 비밀카드? 지금 아시아에서 변화의 추세나 베이징게놈연구소 같은 대형 연구기관들을 보면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각각의 특징들을 가지고 있는데, 그런 것들이 모여 시너지 효과를 내면 신무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시아 학생들이 모여 우리만의 순수한 학회, 우리가 만들고 싶은 학회를 만들자며 시작한 거라, 신선하면서도 우리만의 모양 같은 걸 찾아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학회는 아직 다섯 살 밖에 되지 않았으니, 지금 무에서 유를 만들어가고 있는 중이라 보시면 됩니다.”


기존 학회와 다른 점은 어떤 것이 있나요?


“기존 학회는 교수나 권위자가 주도적으로 하고, 정치적이고 권위주의적인 부분도 많다고 생각합니다. 이번에 학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우리 안에서도 그런 모습이 나타나긴 했지만, 그래도 우리만의 해결책을 찾고 그걸 방지하는 시스템도 만들어 보았습니다. 또 평등한 입장에서 모두가 시작하기 때문에 공통으로 지닌 문제에 초점을 맞추어 참여자들이 서로 도와줄 수도 있고요. 내가 권위 있다, 뭐 이런 것 없이 만납니다. 그리고 학회 참가비가 없습니다. 다른 대부분 학회들도 그렇긴 하지만 우리는 학회를 통해 사람들끼리 더 많은 것을 나누고 사람들에게 더 많은 것을 제공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학회를 준비하며 겪은 어려운 점이 있다면?


“대화가 가장 힘든 것 같습니다. 또 진정한 리더가 무엇인지 알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 경험을 통해 제가 얻은 ‘리더’의 진짜 의미는 사람을 품을 줄 알아야 한다는 것, 그리고 사람의 마음을 얻어가는 것이지 원칙적인 어떤 결과를 위해 달려가는 자리는 아니라는 것이었지요.”


연구자들 사이에서 공유는 왜 중요한가요?


“과학도 인간과 인간의 관계입니다. 실력이 어느 정도이다, 요즘 세대에서는 그것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요, 얼마나 짧은 시간에 공유를 많이 해서 많은 정보를 가지냐가 중요한데, 한 인간으로서 그것에 한계를 많이 느낍니다. 공유는 연구자로서 가장 필요한 것입니다. 공유를 해야 신뢰가 쌓이고, 신뢰가 쌓이면 관계를 유지할 수 있고, 관계를 통해 과학다운 과학, 연구다운 연구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http://scienceon.hani.co.kr/archives/20782